대통령집무실에서 김병준과 독대한 노 대통령은 그를 쳐다보며 “오늘도 원맨쇼 했네요”라고 푸념했다. “사람들이 말을 안 합니다. 미치겠어요. 나 혼자 원맨쇼 합니다.” 김병준은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떨궜다. 김병준은 회의 참석자들이 왜 얘기를 안 하는지 저간의 사정을 알고 있었다. 대통령과 눈을 마주 치면 일이 자신에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정권 초 청와대의 일과 책임은 권력이지만 말기의 청와대 일은 노동이자 짐이었던 것이다.
“일을 하다보면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애매한 것들이 많습니다. 나는 합법이라 생각하고 했는데, 나중에 불법과 탈법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권 초에는 그런 일을 해도 바로 잡을 시간이 있지만 정권 말기엔 그럴 시간도 없고, 자칫 하다간 자기 인생이 달라집니다. 아무도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 대통령에 대한 배신이 청와대에 만연합니다. 국정이 안 돌아가게 됩니다.”